3.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전망
(1) 국내 공작기계산업에 대한 우려
작년에 달성한 수출 3,000억 달러 중 55%가 부품이었다. 그리고 부품을 만드는 것이 바로 공작기계다. 즉, 수출 3,000억 달러 달성의 견인차 역할을 공작기계산업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대원씨엠에스의 윤원탁 대표는 “공작기계산업의 부흥이 곧 우리나라 산업 전체의 부흥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NC공작기계연구조합의 김일규 국장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 공작기계”라며 다른 모든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공작기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내 공작기계 수출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달아 갱신하고 있지만 경쟁국인 일본, 대만, 독일 등에 비해선 성장률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최대시장인 중국의 경우 선반과 머시닝센터 분야에서 일본(34%), 대만(19%), 독일(16.5%)에 비해 낮은(6.8%)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모리세이키, 야마자키마작 등 일본의 세계 최대 공작기계 업체들은 엔저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중저가형 제품을 일제히 내놓고 국내 기업의 기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은 물론 지난 해와 올해 2년 연속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2배 이상의 성장을 구가하며 이 분야 독점을 강화하고 있다. 화천기계공업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틈타 내놓은 상품들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며 “일본의 전략이 국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세계시장 성장이 둔화되면 적자산업으로 돌아설 것이다. 게다가 최저점을 찍은 국내 수요의 급감이 해외 수출을 위한 기술개발 속도를 늦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작기계협회의 한 실무자는 “최대 산업인 자동차제조업의 생산라인에서 국산 공작기계 사용사례가 아직까지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산업에서 공작기계의 국산화를 정책적으로 유도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2) 기술력 확보
공작기계산업은 규격, 품질, 성능이 다양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기술축적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모방 기술의 한계로 인해 단기간에 경쟁력 확보가 어려우며,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기술 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또한, 베어링, 주축 등 기계부품 기술과 서보모터, 제어기 등 전자기술의 복합된 메카트로닉스 기술과 최근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제품성능이나 모델변화가 다양한 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IT융합가공장비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호마종합통상의 강순동 대표이사는 “당장 시장이 보이는 품목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내의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단기간의 투자로 빨리 양산해서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 국내 업체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때문에 새롭고 과감한 시도로 시장을 선도하기 보다는 기존의 시장에 양산되는 모델을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다 머시닝센터, CNC선반에 편중된 국내 업체들의 경향도 가격 싸움을 야기해 개선의 필요성이 엿보인다. 이는 실제로 많은 물량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업체가 해외 시장에서 대만제와 가격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른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공작기계 고객들이 복합기능을 갖춘 제품들을 요구하고 있다. 복합화와 더불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에서 주로 생산하는 저가의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를 실현하여 고객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공작기계의 필요성이 크다. 이를 위해 공작기계에 자동화 기능이 부가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 공작기계가 5축, 초정밀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마종합통상의 강 대표는 “대만도 그렇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5축 가공이 보편화된 유럽의 영향으로 5축 공작기계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며 근래의 동향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은 5축 기술에서 많이 취약한 상황이며 중대형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중대형 5축 공작기계로 시장이 급변하게 되면 이를 대처할 만한 뚜렷한 국내 메이커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과 동시에 국내 업체들도 이러한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국내 굴지 공작기계업체의 한 경영진은 “최근 고품질의 금형 가공을 위해 5축 고속가공기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가전제품의 대형화에 따라 대형 공작기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금형시장 현황을 밝히면서 자사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내 몇몇 기업들이 고속가공기와 대형가공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어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3) 해외 시장 진출
국내 공작기계업체의 최우선 과제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가 최근 공작기계업계의 경기동향과 수출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공작기계 및 부품 회원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0%가 넘는 회원사가 수출과 관련해서 해외진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다.
해외진출의 목적으로는 현지시장 확보가 35.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저렴하고 풍부한 해외인력 활용(18.8%), 현지의 저렴한 원자재 및 부품 조달(17.6%)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체들은 내수 경기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수출이 올해 공작기계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해외 시장 진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2일 한미 FTA 협상타결이 있었다. 업종간 이해득실이 상충되는 가운데 국내 공작기계산업의 경우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번 한미 FTA와 관련 국내 공작기계산업은 상대적으로 미국시장 확대기회를 최대화하였으며, 전략품목의 경우 개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였다고 평가됐다.
즉, 공작기계 관세 즉시철폐 비율이 수입금액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48.8%, 미국은 96.6%인 바, 상대적으로 미국시장 개방 폭을 넓힌 반면 머시닝센터의 경우, 관세 유예기간을 최대한 확보(10년)하여 국내 시장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기술개발에 따른 경쟁력 제고를 위한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공작기계의 구매결정 요인이 품질, AS, 가격순임을 고려한다면 일본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품질향상, 현지 서비스망 구축, 전문전시회를 통한 유력 딜러 발굴이 필요시된다.
- 메탈넷코리아 보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