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 수출 늘어도 수익은 떨어져
대표적인 수출집약 산업인 공구산업이 해마다 수출규모는 증가하지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수익률은 거꾸로 곤두박질치면서 ‘출혈 수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공구산업에서 핵심 원자재인 텅스텐의 경우 가격인상률이 평균 50%를 넘어서면서 원가부담이 커져 공구업체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3일 한국공구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4분기 공구 수출액은 3억629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억4900만 달러)보다 45.5%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11억8000만 달러)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 2003년 이후 공구 전체 수출량은 매년 20% 이상 늘어나는 등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공구조합에 따르면 2002년 4억5000만달러인 수출액은 지난해 11억8200만달러로 4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매년 증가율도 2004년 40%를 비롯해 2003년엔 29%, 지난해엔 19.5%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수출 증가분의 상당부분이 단가인상 없이 채산성만 악화되는 ‘출혈수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례로 초경합금공구를 만드는 경기도의 A업체는 원재료인 텅스텐을 약 4만원(kg 기준)에 사오고 있다. 초경합금공구는 원자재값의 50%가 텅스텐일 정도로 국재 텅스텐 가격에 민감한 품목이다.
지난 2003년 텅스텐값은 1만5000원(kg기준)으로 4년 동안 3배나 올랐다. 반면 이 업체의 수출단가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걸음이다. 이 회사 사장은 “4년 전에 개당 9달러에 팔던 합금공구의 수출단가는 10.5달러”라며 “수출가격을 올리면 중국산에 밀리기 때문에 함부로 올리지도 못해 수익률이 떨어져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가는 오르고 수출단가는 그대로여서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또 니퍼 등 수공구를 생산하는 B사 사장도 “중국산보다 품질이 우수해 수출물량은 꾸준하지만 15년 전 수출단가를 그대로 받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수출단가를 올리지 못해 수출물량이 늘어나도 실제 수익률은 바닥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의 원인은 저가 중국산과의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 공구시장에 값싼 중국산이 쏟아지면서 가격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예전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환율하락과 임금 상승도 국내 업체들의 채산성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업체들도 저가제품이 범람하는 석재용 공구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공구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공구는 반도체·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절삭에 사용되는 공구로 전세계 대기업들이 주요 수요자다.
최종 생산품이 비싸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한 공구만 살아남을 수 있어 주로 독일·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공구조합 강일영 이사는 “최근의 출혈수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석재용 공구시장은 중국에 넘겨주고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고부가 산업용공구 개발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화다이아몬드, 신한다이아몬드 등 주요 다이아몬드 공구사들은 지난해부터 외국산이 장악하던 국내 산업용공구시장 비중을 점차 높혀가고 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 파이낸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