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업계의 代父, 삼도정밀 이은재 사장(下)
[우량 중소기업을 찾아서] 국내 절삭업체의 요람 역할...제조업 이끌어
이우철 기자
▲포장된 삼도정밀 절삭공구 제품 © 이슈아이
산업 최일선의 백전노장이 바라본 한국경제는?
이은재 사장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도 절삭공구 업계에 투신하겠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해로 56세인 전후세대로서 산업 최일선에서 뛰며 보릿고개를 넘어 우리 경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밑바탕이 되었다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는 우리 경제의 실상은 썩 밝지 않았다. IT 업종 등 신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새로운 산업분야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지만 3D 업종, 즉 하이테크가 아닌 '로테크' 업종이 같이 가지 않는다면 부실성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삼도정밀의 생산설비 © 이슈아이
삼도와 같은 장치산업들은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을 뒷받침 할 뿐 아니라 노동 인력들의 고용 창출을 통해 경제의 튼실한 하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 등의 추격에 의해 무너진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사라짐은 물론 내수 악화로 경제 전체가 최악의 불경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은재 사장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노동자 사이에도 임금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울산 현대자동차의 파업 사태에서 보듯 임금 투쟁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현대차 불매 운동이 왜 벌어지겠나? 고임금 노동자들도 각성해야 한다."며 "세계화 시대에 수출을 하려면 다른 나라 차도 팔아줘야 한다. 이런 현실을 노조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저가공세도 한계에 부닥칠 것
절삭공구 업계에서부터 자동차 산업까지 우리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임금으로 인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 중국의 추격은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은재 사장은 "삼도도 3월부터 임금을 올려야 한다. 다른 업체들과 동등한 대우는 해 줘야 하지 않나?"라면서도 "타 산업의 경우 임금 인상으로 인해 사업을 확장할 메리트가 없어지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로의 공장 이전도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고 실상을 진단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전망이 마냥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도 곧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도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지만 "북경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의 임금도 저가 공세의 이점을 취할 만큼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차피 향후 3년 안에는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 경쟁의 국면으로 바뀐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이은재 사장은 충고한다.
또 절삭공구를 비롯한 기존의 산업이 몰락한다고 해도 "우리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 희망찬 예측을 내놓았다. 이사장은 "세계 어딜 가도 우리 젊은이들이 있다. 외국에서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한 효과가 곧 거두어 질 것"이라며 "제2, 제3의 IT 산업과 같은 영역이 개척되어 우리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해 줄 것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지막 승부를 준비한다!
현재 삼도정밀은 부채가 전혀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이러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은행에서는 "제발 기업대출자금을 갖다 쓰시라."고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지만, 아직은 공격적 투자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 대출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시설확장에 나서기에는 지금의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한다. 수출 판로도 얼마든지 개척할수 있지만 좀더 경제 동향을 지켜보고 결정하기 위해 내수에 전념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자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향후 벌어질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 있어 업계를 선도하기 위한 준비를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다. 이은재 사장은 "우선 규모 확장보다 공장구조 일원화와 설비 최신화부터 손을 대겠다."고 사업 계획을 밝혔다. 현재 1, 2층으로 나뉜 공장 구조부터 개선하고 나머지는 차근차근 개선해 간다는 것.
이은재 사장은 "내가 일선에서 물러날 날이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다."고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물러난다 해도, 지금껏 산파 역할을 한 절삭공구 업계를 그냥 버려두고 일손을 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때문에 방학중인 아들을 공장에서 일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기초산업 분야인 절삭공구 업계는 중국과 향후 10여년간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은재 사장은 "그냥 물러날 수 있겠나?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반드시 설비 최신화와 공장 확장을 해 놓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산업 최전선을 지켜온 백전노장은 10년 뒤를 바라보며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삼도정밀 © 이슈아이
2007/03/06 [04:40] ⓒ이슈아이
※ 위의 내용은 언론매체인 인터넷 신문 이슈아이를 통해 보도된 삼도정밀 이은재 대표의 두 번째 인터뷰 기사입니다.